2010년 여행

통영 소매물도, 미륵산 케이블카 (2010. 10. 1)

낚시캠핑 2011. 1. 10. 13:59

통영 소매물도, 미륵산 케이블카

 

2010년 10월 1일 금요일

 

1. 출발

  살이 선선해지면 문득 떠오르는 곳이 소매물도이다. 호젓하고 소박한 듯 하면서도 장쾌한 맛이 느껴지는 곳이 소매물도가 아닌가 싶다. 10월 첫날 갑자기 떠오른 곳 소매물도로 향한다. 이번에는 심야버스를 이용해서 무박이일로 가보기로 했다.
  송내에서 용산 직통에 올라타고 노량진에서 하차하면 9호선 열차로 갈아탈 수 있다. 노량진에서의 환승이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가장 빠르게 고속터미널로 갈 수 있는 방법 같다. 고속터미널에 도착하니 10시 50분이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모습이 많이 변한 듯한 고속터미널. 표는 예매를 한 상태여서 기기를 이용하여 쉽게 표를 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 타야하는지가 난해하다. 조금 헤맨 끝에 통영가는 버스가 들어오는 위치를 파악하고 근처 식당을 찾아보았다. 늦은 저녁시간이라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역이나 터미널 근처에서 맛있는 집 찾기가 무척 어렵다는 경험과 선입견 탓이었을까? 그냥 가까운 ‘청진동 해장국’이라는 간판을 내건 식당에서 뼈해장국과 소주로 저녁을 해결했다. 그럭저럭 먹어줄만했다. 그런데 식사를 하면서 보니 옆의 중국집도 사람이 제법 많다. 주변에 별로 갈 곳이 없긴 하지만 늦은 시간치고는 많은 편이었다.
  12시경 버스에 올랐다. 역시 바다는 이렇게 선선한 바람이 불 때 보는 게 정말 제대로인 같다. 버스 탑승인원은 운전기사 포함 9명. 먼길을 여행할 때는 대중교통이 참 편하다. 잠도 잘 수 있다.

 

2. 통영 도착
  3시 50분 통영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길에는 이동수단이 택시밖에 없다. 버스에 있던 승객들은 마중나온 차량들에 올라타고 하나 둘 사라진다. 대부분 이곳 주민들인가 보다. 일단 택시 타고 여객터미널 근처로 이동하기로 한다. 첫배 시간까지 아직 한참 남았다. 이럴때 포장마차에서 술이라도 한잔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기사에게 포장마차를 물었다. 긴가민가한 대답과 함께 여객터미널 근처의 포장마차에 내려준다. 나중에 보니 해저터널 인근에 위치하고 있고 여객터미널도 도보로 이동가능한 거리이다. 택시비 7,300원.
  포장마차 안에는 주인을 포함 3명이 술을 마시며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소란스럽다. 포장마차는 바닷가 바로 옆에 있어서 비릿한 바다내음이 물씬 풍긴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안주로 뭐가 좋으냐고 물으니 혼자 먹기에는 양이 그나마 적은 소라수육이 괜찮다고 한다. 이럴때는 손님도 없는데 안주의 양을 반만 팔면 안되는지. 포장마차에서도 혼자 술마시기가 불편하다. 곰곰이 생각하면 참 이상한 시스템이다. 할 수 없이 소라수육을 20,000이나 주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곁들여 나온 마른멸치(아마 디포리인듯)가 무척 맛이 좋았다. 이때의 느낌 때문에 결국 통영시장에서 멸치를 사게 된다. 심지어 친구들에게 나중에 택배로 부쳐주기까지 한다.
  소란스런 포장마차 안에 떠도는 경상도 사투리. 아~ 간혹가다 무슨말인지 못알아 듣기도 한다. 들으려 하지 않아도 워낙 목청들이 좋아서인지 귀에 쏙쏙 들어온다. 그런데 이 주인아줌마가 문닫을 준비를 한다. 소라수육이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문을 반정도 닫는다. 이 시간대가 문을 닫는 시간인 듯 싶었다. 그래도 그렇지 버젓이 시킨 안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좀 너무한다 싶었다. 그나저나 뼈다귀 해장국 먹은지 4시간 만에 또 음식이 들어간다. -.-;
  소라수육은 생각보다 엄청 부드럽다. 참소라라고 하는데 동네마다 참소라가 다 다른가보다. 제주도는 무척 딱딱했었는데... 그런데 소라에서 모래가 아주 많이 씹힌다. 그리고 자주 씹힌다. 얼떨결에 나도 서둘러 포장마차를 나섰다. 해저터널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날이 어두워서인지 결국 찾지 못했다.
  5시 30분 서호시장에 접어드니 불빛이 환하다. 절정인지 아니면 지났는지 모르지만 상인들의 주름살에 노련함과 집중력이 보인다. 눈매는 흡사 매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낮에 가면 그런 눈빛을 만나기 어렵다. 아마 이 시간에 오는 손님들이 대량으로 물건들을 사가기 때문에 그러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서호 새벽시장

 

  한일김밥에 가서 김밥을 살까 하다가 ‘통영할인마트’에서 맥주와 물만 사들고 여객터미널로 향했다. 평일에다 첫배이다 보니 사람도 없고 좋다. 선표를 받던 아저씨가 “이게 뭐꼬?” 하며 내 얼굴을 쳐다본다. 헉! 배표대신 고속버스표를 건네주었던 것이다. 남산 케이블카 타면서 주택복권을 내민 이후로 처음이다. -.-;;;

 

3. 소매물도
  선실엔 아주머니 3명이 탔는데 아~ 시끄럽다. 해가 얼굴을 내밀면서 술도 조금씩 취하는 것 같았다.
  소매물도 오르는 길은 경사가 가파라서 쉽지 않다. 이번에도 여전히 힘들다. 그런데 저번에 왔을 때는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던 폐교가 출입금지다. 소매물도를 찾는 여행객중에 젊은 대학생이 많다. 그것도 여자가....  혼자서 오는 친구들도 눈에 띈다. 내가 다시 대학시절로 갈 수 있다면 저렇게 여행을 많이 다닐텐데... 잠시 부러워 해준다. 저번에는 물때가 맞지 않아 포기했던 등대섬에 들어갔다. 등대섬까지 들어갔다 나오는데는 2시간이면 족하다. 아주 예쁜 섬이다.

 

 

 

등대섬을 들어가고 나오며

 등대섬을 나와 마을을 돌아보았다. 아주 작은 마을... 이곳에도 어김없이 숙박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제발....

  

마을

 

  배타는 곳 앞에는 주민들이 운영하는 포장마차(?)들이 있다. 저번에 왔을 때 그냥 지나쳤었는데 이번에는 들어가 보았다. 포장마차는 한 8동 정도 되는 것 같은데 통틀어 두명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저번에 티비에서 보았던 해녀의 집을 찾아가니 아들이 지키고 있다. 혼자라고 하니 혼자서 먹을만큼만 해산물을 썰어주겠단다. 당연히 고마울 따름이다. 이렇게 신선한 해물은 먹어본 적이 없다. 해삼을 깨물기가 힘들정도다. 해녀가 직접 따온 해산물을 취급해서 인지 신선도는 보장된다. 안주가 이리 신선하고 주변 풍광도 그림이고 술맛이 좋지 않을 수가 없다. 다만 대작할 사람이 한명 있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을텐데...
  사람이 별로 없을 때는 괜찮았는데 배시간이 다가오자 사람이 몰려온다. 한팀 두팀 자리를 잡고 앉으니 내 모양새가 점점 초라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꿋꿋하게... 다음에 오게 되면 반갑게 인사하기 위해서라도 이집을 잘 기억해야 한다.

 

 

 

선착장 포차

  또래는 여행지에서 처음 만나도 금방 서로 어울린다. 참 부러운 부분이다.

 

4. 미륵산 케이블카
  다시 통영 여객터미널로 돌아와서 택시를 이용하여 미륵산 케이블카로 향했다.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그리고 케이블카로도 한참을 올라야 한다. 잠깐 올라갔다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둘러보아야 시간에 쫓기는 낭패를 면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인상이 깊이 남지는 않았다. 하지만 날씨 좋은날 한번 가볼만한 곳으로는 좋을 것 같다.

 

미륵산에서 본 풍경

 

5. 집으로

  택시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중에 택시기사가 안다는 멸치를 파는 집으로 향했다. 서호시장 근처인데 그 집에서 제일 비싼 멸치를 한박스 집어들었다. 그런데 정말 맛있다. 캔맥주를 사들고 홀짝 거리며 안주삼아 조금씩 빼먹었는데 아주 훌륭한 안주였다. 결국 집에 돌아와서 생각난 친구들에게 한박스씩 보내주었다. 055)644-1243
  서울에 와서 영등포던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지인들을 만나 술을 한잔 했다. 이 자리에서 처음 본 이가 있었는데 멸치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사들고 간 멸치를 선물했다. 운전을 하지 않은 여행이라 그런지 깔끔한 여행을 했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