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자령(2011. 10. 2)
2011년 10월 2일 선자령
월요일이 마침 휴일이라 어디론가 가고 싶은 충동이 인다. 그런데 이제 점점 새로운 곳을 찾아 여행을 가려는 것도 귀찮아지려고 한다. 마침 그때 눈에 들어온 단어 ‘선자령 일출’. 얼른 새벽에 떠날 준비를 하고 누웠다. 그런데, 야속하게도 잠이 오질 않는다. 결국 몇시간 자지 못하고 선자령을 향해 출발했다.
쉬엄쉬엄 달려 대관령휴게소에 도착하니 선자령쪽 주차장에 차가 한 대 있다. 나보다 먼저 온 사람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차밖으로 나오니 이건 한겨울이다. 그냥 올라갔다간 얼어죽기 딱 좋은 기온이다. 트레이닝복을 위아래로 껴입어도 너무 춥다. 때마침 낚시용 오리털 내피가 있어서 껴입으니 한결 낫다. 얼어죽지는 않겠다 싶어 선자령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후레쉬 불빛에 의지해 오르는데 오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깜깜한 새벽에 산을 오르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나는 모든 소리가 자꾸만 뒤돌아보게 한다. 주위가 워낙 조용하다 보니 내가 입은 옷에서 나는 소리마저 신경이 쓰일 정도다.
그런데 어느정도 오르다가 하늘을 보니 이런 장관이 또 없다. 하늘에 별들이 무수히 많은데 하나같이 반짝거린다. 그런데 반짝거리는 정도나 밝기가 다 다르다. 실제로 다 다르겠지만 보통 도시의 하늘에서는 구분이 잘 안되는데 선자령 새벽하늘에서는 구분이 된다. 디카로 어떻게든 밤하늘의 별을 담아보려 했지만 역시 담을 수 없다. 실력이 없는건지 원래 안되는 건지 알아봐야겠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소리는 너무 거슬렸다. 그 고요한 산중에 일정한 주파수로 그것도 저주파수로 웅~ 웅~ 소리를 내는데 참 고약한 소리다. 저 풍력발전기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는 하는 걸까? 어디를 봐서 친환경 구조물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아무리 오래 들어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웅~ 웅~ 선자령에 다시 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낮에 올때는 몰랐는데 새벽에 오르려니 소음공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상에 오르니 동쪽하늘이 붉게 물든다. 이미 하늘의 별빛은 온데간데 없다. 애석하게도 이날 수평선에는 구름이 잔뜩 들어차 있었다. 그냥 내려갈까 하다가 조금 더 기다려보았다. 그런데 구름 뒤편에서 올라오는 해를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신비롭기까지 했다. 구름 뒤편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등장하는 해는 조금은 패도적인 느낌까지 들게 한다. 한참을 그렇게 구름과 해를 바라보다 양떼목장쪽으로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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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틀무렵 강릉 시내
세상에... 아무리 잠이 모자라도 그렇지 졸면서 하산했다. 실제로 행군하면서 존 이후로 처음이다. 너무 너무 너무 졸리웠다. 자칫 잘못하면 다칠수도 있겠다 싶다. 그런데 어디 쉬고 싶어도 마땅한 곳이 없다. 땅에는 서리가 내려 차디찼다. 어느 정도 버티니 졸리운것은 조금 사라졌다. 힘들게 주차장까지 와서는 무거운 옷들을 벗고 일단 눈을 붙였다. 이 상태로는 운전이 불가하다.
한시간여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 주차장은 만원이다. 참 사람들 많이도 들어온다. 아마 오늘은 조금 이름있는 곳이라면 어디를 가도 사람 구경하는데 시간을 대부분 보낼 듯 싶다. 서둘러 차를 몰아 지인이 있는 영월로... 참 덕분에 많이도 간다 영월에... 그래도 동쪽으로 갔는데 들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