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행

승봉도 트래킹(2010. 9. 28)

낚시캠핑 2010. 12. 21. 14:05

승봉도 트래킹

 

2010년 9월 28일 화요일

 

1. 출발

  그동안 인천앞바다에 있는 섬에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가본 섬이라고는 무의도가 전부다. 그래서 그 많은 섬 중 승봉도를 도보로 돌아보기로 했다.
  아침 6시에 집을 나섰다. 이왕이면 첫배를 타고 싶어서다. 동인척역까지 전철을 이용해 이동하고 다시 버스로 갈아타서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내렸다. 아니 사실은 국제여객터미널을 지나서 내렸다. 국내여객터미널이 따로 있겠거니 하고 그냥 앉아있었는데 버스 안의 한 아주머니가 섬에 들어갈거면 국제여객터미널에서 내려야 한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이미 한정거장 더 이동한 후였다.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 백령도행은 통제를 한다는 안내가 보인다. 다행이 승봉도는 들어갈 수 있었다.
  8시 배표를 확보하고 도로 맞은편의 해장국집에 들어갔다. 아~ 정말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맛이.... 허기를 채우는데 만족하고 배에 올랐다. 승봉도 들어가는 배는 승용차를 실을 수 있는 배편과 사람만 태우는 배편이 있는데 사람만 태우는 배편이 훨씬 빠르고 안락하다. 차를 가지고 가지 않는다면 사람만 싣는 쾌속선을 추천하고 싶다. 다만 요금이 조금 비싸다. 무작정 빠른 배편을 타려다보니 쾌속선이 아닌 배를 타게 됐다. 1층 선실에 들어가서 쉬고 있는데 목청 큰 아저씨 한명이 선실 전체가 떠나가라 웃고 떠든다. 자기 딴에는 그냥 옆사람과 이야기를 할 뿐일지도 모르지만 듣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가는귀가 먹었는지도 모르지...
  1시간 반 정도를 달려 자월도에 배가 멈춘다. 그리고 다시 30분후 승봉도에 도착했다. 연안부두에서 승봉도까지 두시간 여가 걸린 셈이다. 그런데 쾌속선을 이용하면 40여분을 단축할 수 있다. 자월도를 오가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승봉도에서 내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특히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나 혼자!

 

2. 승봉도 트레킹
  선착장에서 내리니 길은 외길이다. 그냥 길따라 죽 걸어 들어가면 되는데 길을 넓히는 공사가 한창인 듯 했다. 조금 들어가면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는 데 비수기라 그런지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다. 이 곳 주민들은 어업보다는 농업에 많이 종사한다고 한다.
  일단은 승봉도에서 유일한 이일레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향하는 길에 보니 마을 곳곳에 원룸형 펜션이 위치하고 있다. 해수욕장 주변에 가니 횟집도 있고 화장실 및 샤워실 등의 편의시설도 있다. 여름에는 제법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해수욕장 끄트머리에 배 한척이 바닥에 걸려있는데 이곳으로 왠 오토바이 한 대가 갔다가 온다. 무엇 때문에 갔을까? 오토바이 뒤에는 스티로폼 상자가 실려있다. 궁금했지만 휭하니 지나가는 오토바이를 붙잡고 물어보기가 멋쩍어서 그냥 지나친다.

이일레 해수욕장

 

  해수욕장 끝까지 가면 길이 사라진다. 다시 되돌아 나와 산쪽으로 방향을 틀면 포장된 숲길을 걸을 수 있다. 주변에는 굵은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어서 그늘도 제공해준다. 가다보니 사마귀 한 마리가 길 한가운데에 떡 하니 버티고 있다. 길가엔 꽃도 심심치않게 피어있다. 딱히 뭐가 볼만하다라고 할 만한 것 없이 그냥 산책하기 편한 길이다. 정상에 오르면 정자 하나가 있는데 정상이라 부르기 어색할 정도로 가볍게 오를 수 있다.

 

 

숲속 트레킹

 

  산을 넘어 반대쪽으로 내려서면 목섬이 눈앞에 나타난다. 목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밀물때 아마 잠기나보다. 목섬 앞에서는 김양식을 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주민들이 한창 작업중이다. 본격적으로 목섬으로 진입하는 길은 나무데크로 꾸며져 있다. 정말로 조용한 곳이다. 양식장의 주민을 뺀다면 이 주변에 사람이라곤 나 혼자인 셈이다. 이곳에서 무슨 촬영도 했다고 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목섬 주변 해안을 따라 위쪽으로 이동해보려 했지만 보기보다는 험해서 결국 진입한 길을 그대로 따라 나와야 했다.

 

목섬 주변

 

  이제 포장 도로를 따라 주욱 해안을 돌아가면 마을이 나온다. 이 포장길을 걷다보면 중간중간에 마을 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생태보전구역이라는 곳이 있는데 조개나 굴 채취가 금지되어 있다. 길가에는 야생화들도 피어있고 공원도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포장된 아스팔트 길이라 그런지 걷는 재미가 반감된다. 차라리 목섬을 본 후에 다시 산길로 들어서서 마을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겠다. 산길은 여러 길이 있어서 미리 확인만 한다면 겹치지 않게 트레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해안에는 이런 저런 이름이 붙은 바위들이 있는데 다리도 아프고 해서 가까이 가서 볼 성의가 생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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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도로 풍경

 

  다시 마을을 통과하여 선착장으로 향했다. 마을 안쪽에는 초등학교 분교가 하나 있는데 아기자기함과 안스러움이 묻어난다. 선착장에 도착하니 오후 1시 50분이다. 약 4시간 여를 걸었다. 천천히 쉬엄쉬엄 걸었지만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도 배시간이 아직 많이 남는다.

 

 

학교, 마을, 선착장

 

  이날은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정말 원없이 바람을 맞은 하루였던 것 같다. 그리고 식사를 할 만한 곳이 없어서 배고픔을 견뎌야 했다. 여행을 하면 그 지방 음식에 술을 한 잔 해야 뭔가 완성되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하지 못해 아쉽다. 배시간이 될 때쯤에야 매표소도 문을 연다. 이곳에서 쾌속선으로 배편을 바꾸고 맥주도 한잔 마셨다.
  오후 3시 20분에 승선을 해서 4시 35분에 연안부두에 도착했다. 건너편에서 24번 버스를 이용하여 답동사거리 근처 ‘신성루’에서 유산슬밥(?)과 고량주 한병으로 여행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