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발
요즘 선운사의 꽃무릇이 한창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주말임에도 일찍 서두른다면 복잡함을 피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새벽일찍 길을 나선다. 내친김에 고창 학원농장의 메밀꽃도 보고 발걸음이 허락한다면 순천까지도 시도해보리라 생각하고 새벽에 눈 뜨자마자 길을 나섰다.
2. 고창 선운사, 학원농장
달리고 달려 선운사에 도착하니 오전 9시경. 항상 그렇듯이 어디로 갈까 망설이는 순간은 부담도 되고 목적지를 정하기도 쉽지 않지만 막상 여행지에 도착해보면 뭐하러 그런 고민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고창은 풍천장어가 먹거리로 유명하다. 선운사 입구에 들어서면서 식당도 눈여겨 보고 어디서 점심을 해결할지 미리 찜해두었다. 입구에 들어설때 만나는 첫 번째 식당이 원조집이라고 인터넷을 통해 확인하였다. 일단 위치 확인하고 주차장으로... 주차장에선 주차요금을 받는다. 얼마였더라???
역시 주말이라 그런지 이른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제법 오간다. 선운사로 가는 길은 좌측의 도솔천과 함께 걷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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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가는길 도솔천
조금 들어가면 우측에 선운산 생태숲이 자리잡고 있다. 한가롭게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을 거쳐서 가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였다. 조그만 연못도 있고 이 연못을 가로 지를 수 있는 다리도 설치되어 있다. 또한 꽃무릇을 심어놓아 가까운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도 있어서 나름 괘찮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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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연못 전경 어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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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이 숲은 다시 선운사로 향하는 길과 만나게 되고 도솔천 너머로 꽃무릇이 피어있다. 사실 처음으로 꽃무릇이라는 꽃을 보게 되는데 상사화라는 꽃과 비슷하다고 한다. 줄기와 잎이 평생 만날 수 없다고 하는데 한종류의 꽃이 군락을 이루어 피는 모습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꽃무릇 자체도 예쁘지만 도솔천에 비친 꽃무릇과 어우러진 모습이 더욱 시선을 끈다. 사진찍기에 좋은 곳이라서 그런지 사진기를 들고 온 이들이 많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많은 이들이 출입을 통제한다는 표지판을 무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쪽은 자연을 아끼기 위해 한쪽은 자연을 사진기에 담기 위해 상반된 행동양식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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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변의 꽃무릇
선운사를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제법 비싼 입장료. 지갑을 꺼내려는 데... 헉~ 호주머니가 허전하다. 중간에 흘렸나? 아니면 차에 있나? 확실지가 않다. 아마 차에 있겠지라고 애써 안심하며 다시 돌아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화분을 파는 가게도 있고 그 한켠에는 이런 꽃도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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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모를 꽃(많이 본 꽃인데...) 길가의 화분
다행히 지갑은 차에 있었다. 다시 올라갈까 말까 생각하다 아쉬움을 남겨둔다라는 생각으로 차에 올라 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올때 봐두었던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직 영업시작 전이란다. 두시간쯤 후에나 영업을 한다고 한다. 그냥 다른 집으로 향했다. 영업은 한댄다. 하지만 일인분은 안판댄다. 잠시 이런 저런 이야기로 뜸을 들이니 올라오라고 한다. 고마울데가... 사실 왜 내가 특별히 고마워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맙다. 어서 빨리 이런걸로 특별히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와야 할 터인데... 양식도 있고 자연산도 있나보다. 장어가 종류가 두가지다. 그냥 싼걸로 주문했다. 장어맛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가격은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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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 장어(양식)
고창엔 학원농장이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이 청보리밭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아마 계절별로 유명한게 달라지나? 지금은 메밀꽃이 한창이란다. 학원농장으로 고~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가는 길은 코스모스와 갈대가 심심함을 달래주는 지루하지 않는 길이었다. 한참을 달려서 도착. 메밀밭 사이를 걸으면 좀 느끼는게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머물지 않았다. 입구에 전망대 비스무리한 건물이 있어 그곳에서 잠깐 둘러보았는데 봉평보다 더 넓은 듯 보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 황량함이 느껴진다. 역시 메밀꽃은 봉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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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밭 메밀꽃
대충 둘러보고 나니 이곳이 집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란걸 새삼 깨닫았다. 너무 멀리도 왔다. 여기서 돌아가긴 좀 아까울것 같았다. 그래서 내친김에 순천으로 향했다. 학원농장에 오던 길에서 손 흔들어주던 갈대가 마음을 흔들어 놓았나? 갈대가 보고 싶다.
3. 순천만
순천까지도 만만치 않은 거리다. 자가용을 가져왔으니 이렇게 기동성있게 움직이지 그렇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는 여정이다. 차가 있으면 술을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이런 장점도 있다. 네비게이션에 의지하며 순천만에 도착했다. 원래 이곳에서는 낙조를 사진기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낙조를 보기에는 너무도 이른 시간이다. 하지만 난 갈대를 보면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직 갈대를 보기에는 조금 이르다. 조금 더 있다가 와서 보면 장관일 듯 싶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갈대를 한꺼번에 보는 것만도 기억에 오래 남을 듯 싶다.
갈대밭으로 들어서러면 이 무진교를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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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교 입구 무진교 건너편
무진교 아래에는 배가 한척 떠있다. 아마 유람하는 배인듯 싶다. 밀물때나 움직이나보다. 내가 갔을때는 움직이지 않았다. 사방이 갈대고 가끔 억새도 자리잡고 있다. 갈대밭 사이로 조성된 산책로를 걷다보면 돗배도 볼 수 있고 갯벌의 조그만 게(농게, 방게)와 짱둥어 그리고 갈매기(?)등을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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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밭 사이의 산책로가 끝나면 이제 산을 오르는 길로 이어진다. 이곳은 낙조를 보기 좋은 전망대로 향한다. 오르는 길은 보기보다 조금 가파르다. 바닷가에 있는 산은 보기엔 낮아보여도 산높이만큼 그대로 올라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올라가야 하는 특징이 있다. 오르다보면 정상 부근에서 무슨 공사를 하고 있는데 아마 다니기 편한 통로를 만드는 듯 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주말이라 그런지 연령대도 다양하고 차림새도 가지각색이다. 낙조를 보기에 좋은 장소는 부지런한 사진작가(?)들로 이미 점령당해 있었다. 아마 나중에 오는 사람은 삼각대를 세울대도 없겠다 싶을 정도였다. 이곳이 사진찍기 좋은 곳이긴 한 모양이다. 그것도 그렇고 역시 주말을 피해 움직여야 뭘 하든 여유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장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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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체력이 괜찮은가보다. 다시 또 어딘가 가고 싶어졌다. 그런데 망설일 것도 없었다. 얼마전부터 가보고 싶은 곳이 이 근처이기 때문이다. 여수 향일암. 그곳에서 하루 자고 아침에 일출보고 이번 여행을 마무리 하기로 결정했다.
4. 여수 향일암
돌산대교를 건너 한참을 달려 향일암 아랫마을에 도착했다. 일단 숙소를 잡기 위해 들어간 곳은 거북모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은 듯 했다. 다음날 안 사실이지만 향일암 일출을 보기 위해 전날 와서 자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다. 특히 차를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했다. 일단 숙소를 조금 싸게 배정받고 식당을 겸하고 있길래 식사를 하러 갔다. 지금부터는 술을 마셔도 된다. 바닷가 와서 회를 안먹어볼수가 없다. 그런데 혼자서 먹기엔 이도 만만치 않다. 한사람을 위한 메뉴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먹어보기로 하고 주인 아주머니하고 이야기를 하다보니 만원 싸게 준단다. 그럼 아마 뭔가 덜 주긴 하겠지만 일단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래도 5만원이었던거 같다. 일단 맛은 아주 좋은 편이었다. 기분이 좋아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양도 엄청 많았다. 당연히 두세명이 먹을 양을 혼자 먹었으니 많을 수 밖에. 하마터면 회를 남길뻔 했다. 특히 개불은 정말 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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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옆에 있는 선착장으로 가보았다. 그곳에서는 어두움 속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농어새끼를 낚는다고 했다. 현지말로 뭐라고 했는데 잘 기억안난다. 케미를 꽃은 막대찌 채비로 낚시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안쪽에서는 초릿대부근과 봉돌부근에 케미만 꽃고 낚시하는 현지민 둘이 있었다. 아마 끝보기 낚시의 일종인 듯 싶었다. 옆에서 구경하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조사는 여수가 살기 좋은 동네라는 자부심이 상당했다. 그렇지 않아도 나중에는 도심을 떠나 살려고 하는 차에 현지민 이야기를 들으니 여수도 후보지역으로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착장에서 마을의 야경을 찍어보았다. 삼각대도 없이 똑딱이로 그것도 바람이 심하게 부는 상황에서 이정도면 잘 찍지 않았나 생각되는 바이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마을 야경
맥주 몇 개를 사들고 숙소에 들어가 한잔 더 하고 잠이 들었다. 맥주는 다 마시지 못하고 잠들었다. 술이 엄청 먹고 싶었었나 보다. 맥주를 6캔이나 사 들고 갔으니... 다음날 제시간에 눈을 뜨고 향일암으로 향했다. 아직은 어두운 길을 걷는 것이 조금 걱정되었지만 같이 올라가는 이들이 있어서 지겹지는 않았다. 마침 낚시할 때 사용하는 조그마한 후레쉬를 들고 갔는데 아주 유용했다.
향일암에 도착해서 조금 있으려니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든다.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들도 있었는데 조금 소란스러웠다. 암자 앞에서 소란을 피워서 그랬을까... 외국인이라는 걸 감안해도 예의가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중고등생 쯤으로 보이는 어린애들이었지만 한마디 해줄걸 그랬나 싶다. 내가 한마디 한다고 알아들을수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일출을 보지 않아도 이런 풍경은 아름답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너무 예쁘고 시원하고 푸근하고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날만 조금 더 좋았다면 더할나위 없었을텐데... 하지만 자주 오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주 좋은 날이었다고 한다. 보기 쉽지 않은 일출장면이었다고 한다. 아... 일출사진은 똑딱이로 찍기에는 힘든 것 같다. 옆에서는 그 외국애들 중 제법 연장자로 보이는 애가 삼각대위에 사진기를 거치하고 일정한 간격으로 연신 셔터를 누를수 있도록 세팅을 해놓았다. 자동으로... 참 탐나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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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일암에서 내려오다 보면 탐방로 이정표가 보인다. 조금 망설이다 탐방로를 따라가보기로 했다. 이 길은 향일암 뒤편의 산을 돌아보는 길로 생각되는데 좀더 시원한 풍경을 볼 수 있고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금오도 일대를 좀더 자세히 볼 수 있어 전체적인 주변섬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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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는 길에는 많은 식당들이 늘어서 있는데 대부분 갓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상호는 기억나지 않지만 한 박스 샀다. 집에 와서 먹어보니 조금 단 맛이 나긴 했지만 제법 맛이 좋았고 몇일 지나지 않아 동이 났다. 다음에는 좀더 달지 않은 갓김치를 찾아봐야지...
향일암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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