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28일 금요일
1. 출발
덕유산 철쭉을 목표로 혼자 출발~
2. 덕유산
바래봉 능선에서 철쭉 보는 걸 실패하고 다시 도전한 덕유산 철쭉. 덕유산은 곤돌라를 타고 향적봉 근처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편하기가 이를 데 없다. 이른 아침에 출발해서인지 사람들도 별로 많지 않고 바로 곤돌라를 탑승할 수 있었다. 그런데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단체로 오는 여행객들도 제법 있었다. 곤돌라를 혼자서 독차지하고 정상으로 향했다. 고소공포증이 약간 있나보다. 매번 케이블카나 곤돌라 등을 타면 처음에 온몸이 싸해진다. 조금 익숙해지면 나아지긴 하지만 여전히 싸~하다. 정상에 올라보니 동동주와 파전이 유혹을 엄청한다. 일행이 있었으면 반드시 먹었겠지만 혼자라서 양도 부담스럽고 정상에 있는 사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줌마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워 아쉽지만 포기.
향적봉 가는 길은 그야말로 룰루랄라 하면서 가면 딱 맞다. 그동안 이곳 저곳 돌아다녀서인지 이정도는 식은죽 먹기다. 구름이 발아래 펼쳐져있어 시야를 제한하지만 분위기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구름이 다 걷히길 기다릴까 하다가 주변이 소란스럽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릴 듯 해서 바로 향적봉으로 향했다. 오르는 길가에는 군데군데 꽃들도 보인다. 그런데 정작 있어야 할 철쭉은 아직 너무 이르다. 바래봉과 같이 꽃망울만 있다. 에효~ 조금만 참았다가 올 걸... 하지만 시간이 그때 딱 난다는 보장도 없으니 오늘 온게 그리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철쭉이 없어도 철쭉나무가 많은 것을 확인했으니 다음기회에 오면 된다. 특히 덕유산은 전혀 부담감 없이 올 수 있다. 곤돌라만 타면 되니깐....향적봉을 오르는 길에 곤돌라 방면으로 향하는 한 무리와 마주쳤는데 대학생들인 듯 싶다. 그런데 그 가운데 중무장(?)을 하고 당당하게 내려오는 사람과 마주쳤는데 지나치고 보니 엄홍길 대장이다. 티비에서는 가끔 보았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 다른 모든 사람은 가벼운 차림으로 가는데 유독 엄대장만 큰 배낭에 양손에 스틱을 잡고 가는 모습에서 포스를 느낀다. 내가 그런 차림으로 간다면 사람들이 ‘오바하는군 -.-’ 이라고 생각했을거다.
향적봉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다. 사진도 찍고 도시락도 까먹고 왠만한 공간에는 죄다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잠깐 둘러보고 바로 중봉으로 향했다. 향적봉에서 중봉가는 길이 참 그만이다. 여기가 아마 덕유평전이라 불리는 곳인가보다. 겨울이 눈꽃구경하러 오면 정말 좋을 듯 싶다. 지난 겨울 티비에서 본 덕유산이 이곳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주목과 고사목들이 군데군데 있다. 게다가 사람키와 비슷한 나무들이 좌악 깔려있어서 눈이 오면 눈터널을 지나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중봉에서 잠깐 여유를 부려보다가 이제 구천동계곡쪽으로 하산을 한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가 않다. 경사가 급한 구간도 제법 있고 하산길도 상당히 길어서 스틱이 필요한 길이다. 내려가는 길에 보니 군데군데 철쭉이 보인다. 정상에서는 볼 수 없던 철쭉이 어느정도 하산을 하니 보이기 시작한다. 바래봉과 달리 연한 분홍색을 띠고 있어서 화려함보다는 수줍음이 느껴지는 덕유산 철쭉이다. 언제부터인가 계곡 물소리가 힘차게 들려온다. 이제 거의 다 내려왔나 싶은 생각에 힘을 내보지만 가도 가도 숲길은 끝나지 않는다. 계곡에 수량은 제법 많아서 숲길에서 가끔 보이는 계곡은 시원하다. 이쪽길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것 같다. 내려오는 내내 한사람도 볼 수 없었다. 중봉에서 백련사 구간은 사람의 통행이 별로 없지 싶다. 덕분에 사람손이 덜탄 숲길을 오랜시간 동안 만끽할 수 있다. 한참을 내려가니 백련사가 나타난다. 이제 숲길은 다 내려왔다.
곤돌라 타고 향적봉, 중봉, 그리고 구천동으로
3. 구천동
백련사부터는 길이 넓어지고 잘 닦여있다. 그런데 벌써 다리가 아프다고 엄살을 피우기 시작한다. 그래서 백련사는 둘러보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터벅터벅 계곡을 끼고 걸어 내려간다. 이곳부터는 간간이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대부분 백련사에 가는 사람들인 듯 했다. 그런데 참 계곡이 크긴 크다. 구천동 계곡 이름값을 한다. 물도 많고 폭포도 많다. 큰비가 한번 오고 나면 물소리가 엄청나게 커서 대화가 잘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내려오는 길에 이름모를 하얀 꽃도 보고 길가에서 다람쥐도 만난다. 올해 길에서 다람쥐를 제법 많이 본다. 청설모가 아닌 다람쥐. 청설모에 비하면 다람쥐는 어찌나 귀여운지...
구천동 계곡
계곡을 내려오다 휴게소에서 한숨 돌렸다. 막걸리와 파전으로 배도 채우면서 다음 여정을 그려본다. 역시 산에서는 막걸리가 제격이다. 어디로 가나... 바로 올라가기는 좀 아쉽다. 그래서 전화기를 들고 누른 번호가 대전에 있는 N 씨. 통화가 되어 대전으로 가서 하루 묵기로 했다. 대전은 숙소 잡기가 만만치가 않다. 일단 모텔을 찾는게 쉽지 않고 주변에 차를 대기가 만만치 않다. 여차저차해서 숙소를 잡고 N씨와 만나 참치를 먹었다. 배가 부르니 좋은 선택이다. N씨는 회식을 마치고 온 터라 배가 가득 찬 상태였다. 좀 있으려니 N씨 부인이 산만한 배를 안고 왔다. 이번이 세 번째 보는 거던가? 여하튼 얼굴을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잠잘 시간. 숙소에서 쿨~~~
4. 마곡사
다음날 일찍 눈을 떴다. 아니 일찍 눈이 떠졌다. 숙취로 머리는 좀 아프지만 다시 잠들기는 틀렸다. 대충 씻고 공주의 마곡사로 향했다. 마곡사는 인터넷에서 몇 번 접한터라 언젠가 들려보리라 생각했던 절이다. 올라가는 길에 있어 오랜 고민없이 마곡사를 행선지로 정했다. 대전에서 1시간여를 달려 마곡사에 도착하니 제법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막 마곡사를 향해 가려고 하는데 N씨한테서 전화가 왔다. 요지는 오늘 함께 움직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뭐 나야 남는게 시간이지 하면서 오케이를 했다. N씨가 도착할 때까지 돌아보기로 했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터벅터벅 마곡사를 향하는데 마곡사 입구에서 왼쪽으로 태화산을 탐방하는 길이 있다. 그래서 시간도 남고 하니 가보기로 하고 산길로 접어들었다.
스틱을 꺼내들고 열심히 올랐지만 어제 마신 술 탓인지 오르기가 쉽지 않다. 제법 경사도 있어서 힘들다. 여러 가지 코스가 있지만 가장 짧은 코스를 선택했다. 한참 가다보니 아이들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마 소풍 내지는 현장학습을 온 게 아닌가 싶다. 인사들도 잘하고 하는 걸 보니 도시애들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인솔하는 선생님도 참 예뻐보이더군^^'. 이 산길을 걷다보면 마곡사로 내려가는 길에 암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름하여 백련암. 이 백련암 옆에는 김구선생이 머물던 곳이 있다. 이곳을 지나 계속 내려가다 한 아이가 경사 급한 곳을 울면서 내려간다. 무서움을 많이 탈 나이다. 나중에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날 추억이 되겠지. 마곡사 입구로 내려와서 마곡사를 둘러본다. 천년고찰이라고 하는데 옛모습이 많이 남아있다. 그 중 탑의 윗부분이 인상적이다. 고려후기의 탑으로 원나라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마곡사에서 나오니 이미 도착해있는 N씨 내외와 식사를 했다. 파전이 제일 맛있는 집이라고 하는데 그 크기와 맛이 맘에 든다. 혼자서는 먹기 힘든 꽤 많은 양이다. 맛도 제법이다. 배고플 때 둘이 먹으면 든든한 한끼로 훌륭하다. 매스컴도 제법 탄 집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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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암, 마곡사
우리는 다음행선지를 군산으로 정했다. 나로서는 한참 다시 내려가야 하지만 시간이 많으니깐 여차하면 그곳에서 자면 될일이다. 군산의 종합수산센터로 향했다. 참 알뜰한 시장으로 생각된다. 제철 생선이 주를 이루고 있고 수입산은 별로 없어 보인다. 물론 있긴 하겠지만 주로 인근에서 잡힌 생선을 파는 것 같다. 우리가 간 날은 갑오징어, 꼴뚜기, 병어, 광어등이 제철이었는데 우리는 꼴뚜기, 갑오징어 및 병어를 먹었다. 그런데 병어가 역시 맛있다. 병어라는 생선은 제철에 먹으면 묵직하게 씹히는 맛과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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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회를 먹어주고 나오면서 가재미 말린 것을 샀다. 나중에 집에서 아주 맛있게 반찬으로 먹었다. 아주 좋은 반찬도 되고 술안주도 된다. 괜찮았던 가재미 말린 것. 이만원어치 사면 만오천원 한바구니 더 준다고 생색을 내는데 모든 집이 그런 것 같았다. 광어는 많이 잡혀서 그런지 아주 커보이는 녀석이 만원이다. 헉~ 정말 싸다. 다만 살아있질 않아서 원래 그정도 가격하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여기서는 직접 배를 타고 나가서 잡아다가 파는 집을 가야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잘 곳도 마땅치 않아서 바로 집으로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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