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행

남해, 거제, 통영(2010.6.11.-12)

낚시캠핑 2010. 11. 10. 19:22

남해, 거제, 통영

 

2010년 6월 11일 금요일

 

1. 출발

  친구 L이 휴가란다. 여차저차해서 남해로 같이 출발... 11일 0시에 출발해서 보리암 일출을 보기로 하고 양재역의 농협하나로클럽 주차장에서 만났다. 조금이나마 새차인 내차를 이용하여 보리암까지 이동하기로 하고 마트에서 돗자리 하나를 사서 출발했다. 하루 전날 아무나 운전이 가능하도록 보험을 변경해둔터라 번갈아 가며 운전하는데 부담이 없었다.

 

2. 남해
 열심히 달려서 멀고도 먼 남해 보리암 주차장에 들어섰다. 아직 해뜨기 전이라 사위는 어두웠다. 차를 세우고 보리암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L의 아들 K도 같이 한 터라 가급적 힘든 여행지는 피해야 한다. 인터넷상으로는 주차후 15분 정도만 걸어가면 된다고 했기에 큰 걱정은 없었다. 그런데 한참을 걸어도 암자가 나오질 않는다. 한시간을 넘게 걸어도 나오지가 않는다. 다급했던지 L은 잰 걸음으로 산을 오른다. K와 나는 덕분에 힘든 걸음을 옮긴다. L이 체력이 많이 좋아졌나 보다. 가다가 등산로를 표시한 이정표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우리가 세운 주차장은 한참 아래에 있고 보리암 주차장은 거기서 한참 위에 있었던 것이다. 이 두 주차장간의 이동시간이 거의 한시간 반정도 되었던거 같다. 오르는 중에 해는 뜨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구름 때문에 산뜻한 일출은 볼 수 없는 날이었다. 힘겹게 걸어서 보리암에 도착하니 주변에 시원하게 보인다. 보리암에서 보는 바닷풍경은 시원하면서도 따스하다. 일출을 보았더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보리암에서 조금 들어가면 산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다. 우리가 간 시간은 너무 이른 시간이라 파전이 되지 않는단다. 파전이 먹고 싶었는데... 할 수 없이 도토리묵과 막걸리로 조금이나마 배를 채우고 미조항으로 이동했다.

 

남해 보리암

 

  미조항은 멸치회로 유명하다고 한다. L이 직장 동료중에 남해가 고향인 이가 있어서 미조항에서의 식사를 추천했다고 한다. 그래서 미조항 면사무소에서 지도도 한 장 얻고 미조항에서 멸치회 쌈밥으로 배도 채웠다. 맛은 그냥 먹을만 했던거 같다. 예전에 L이랑 종로에서 먹던 멸치회가 훨씬 맛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K는 갈치조림을 따로 먹었다. 왜 여행지에서의 유명한 음식을 안먹는지... 나중에 후회할거다...
  오기 전부터 K 때문에 꼭 낚시를 해야 한다고 해서 여행 내내 낚시할 기회를 노렸다. 마침 미조항에서 돈을 받고 낚시를 할 수 있게 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 들러봤다. 배를 타고 해상에 설치한 좌대에 올라서 낚시할 수 있게 해 놓은 식이었다. 가두리는 아니고 그냥 덜렁 좌대만 있다. 장비문제도 있고 물때도 별로인 것 같아서 다음에 하기로 하고 다랑이 마을로 이동했다.

  다랑이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절로 탄성이 나왔다. 생각보다 규모도 컸고 마을 자체도 무척이나 예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풍경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집마다 지붕이나 벽에 그림을 그려서 보는 이들을 절로 웃음짓게 한다. 우리는 보리암 다녀온 것만으로 이미 체력이 다했는지 선뜻 해안쪽으로 걸음을 옮기질 못했다. 다시 올라와야 할 걸 생각하니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그냥 돌아서기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날은 또 왜 그리도 더운건지.... -.-
  터벅터벅 해안쪽으로 걸어보니 바다와 바위가 어울려서 빚어놓은 풍경은 절대 놓쳐서는 안될 그림이었다. 특히 눈에 띈것은 바위 한가운데로 다른색깔의 암이 자리를 하고 있는데 페인트로 누가 일부러 칠해놓은 듯이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주변의 암석과 전혀 다른 암석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정말 신기하게 아주 좁은 한줄이 유독 색이 다르다. 이곳에 자그마한 현수교가 하나 있는데 그 위에 올라서면 제법 아찔하다.
 

 남해 다랑이 마을

 

  이제 남해대교를 거쳐 거제도로 가서 저녁을 해결하고 숙소를 잡기로 하고 다랑이 마을과 작별한다. 

 

3. 거제

  한참을 달리고 거제 시내의 교통정체도 극복해 거제 장승포항에 도착했다. 이곳은 해물뚝배기가 유명한 집이 있는데 그 이름하여 ‘항만식당’. 이곳에서 조금 더 해금강쪽으로 가면 특별한 맛집이 없다고 하여 이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해물뚝배기 작은거 특으로 주문했다. 옆테이블에서는 가족들이 온 것 같은데 애들이 너무 날뛴다. '아~ 좀 예절을 가르쳐주지.' 부모들은 그저 방관한다. 그 부모들이 밉다. 결국 나중에는 그 아이들 손해일텐데...
  기다리던 뚝배기가 나왔다. 일단 많다. 그리고 맛도 좋다. 유명할 만 한 집이었다. 아쉽게도 K는 그리 맛있지 않았나보다. 결국에는 K도 먹게 되었지만 이것 저것 가리는 것 없이 잘 먹고 자랐으면 한다. 음식 가리면 큰 행복을 포기하는 게 아닐런지...
  바로 옆에 낚시가게가 있길래 잘됐다 싶어 주인한테 낚시 할 만한 곳을 물어 간단한 채비를 구매하고 인근 방파제로 갔다. 몇몇 낚시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한번 채비를 만들어 K한테 낚시를 해보도록 했다. 아마 K는 낚시가 생각같이 수월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됐을 것이다. 낚시도 준비를 많이 해야 하고 고생스럽기도 하다는 것을 말이다.

   낚시를 안해본 사람들이 갖는 오해중 하나가 그냥 낚시대 하나만 있으면 낚시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러 채비들이 수반되어야 하고 적절한 미끼도 준비되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갖은 소품도 필요한 것이 낚시다. 그런데 매스컴에서 너무 낚시를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레저로 소개를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선상낚시 같은 경우는 배에서 사전에 다 준비를 해 놓기 때문에 간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다른 비용이 수반된다. 개인적으로 방파제나 저수지 가서 낚시를 하려면 이것저것 준비할 게 참 많은 것이 낚시다. 하지만 조력이 늘면 점점 간편해지는 것 또한 낚시인 듯도 하다.

  

 거제 몽돌해변, 해금강, 바람의 언덕

 

  배도 채웠고 꼭 해야 한다는 낚시도 시도해봤으니 이제 잠자러 가야한다. 내일 해금강을 돌기로 일정을 정해서 일단 해금강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해금강쪽으로 진행하다 학동몽돌해수욕장에 있는 하얀나래 펜션에서 묵기로 했다. 사람이 많지 않아 비싼 숙박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곳은 인근에서 제법 불빛이 많은 번화한 해수욕장이었다. 인근 마트에서 맥주와 과자를 조금 사서 한잔 더하고 잠들었다.
  다음날 일어나서 해변쪽으로 조금 걸어보았다. 해변에는 몽돌들이 펼쳐있었고 몇몇 여행객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해금강을 둘러보기로 하고 ‘도장포 유람선 터미널’로 향했다. 여기서 해금강을 배를 타고 둘러볼 수 있고 외도가는 배편도 이곳에서 탈 수 있어서 내차는 한참을 이곳 주차장에 있었다.

  유람선 시간이 남아서 바로 옆의 ‘바람의 언덕’에 올랐다. 1박2일에 소개된 곳이기도 한데 정말 바람이 많이 불었다. 전망도 탁트여서 경치도 훌륭하다. 매표소 옆에서 팔던 고동을 사들고 걸으면서 줄곧 이쑤시개로 살을 빼내서 먹었다. 이 고동은 외도에서 떠날때까지 남아있었다. -.-
  해금강을 둘러보는 유람선을 타고 해설을 들어가며 돌아보았다.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 가서 보는 것은 정말 많은 차이가 있다. 특히 해금강 바위사이로 들어가서 올려볼 때는 색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아슬아슬하게 바위들과 부딪히면서 돌아나오고 한바퀴를 크게 돌면서 이것 저것 설명을 해주는데 잘 들어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다시 선착장으로 와서 외도가는 배편에 몸을 실었다. 외도는 아주 별난 곳이라고 생각된다. 이 섬에서 돼지를 키우던 현재의 외도해상농원설립자가 이것 저것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현재의 모습으로 가꾸었다고 하는데 세계각국의 화초와 나무들로 섬을 빼곡이 채워놓았다. 아주 화려한 섬으로 변신을 해서 볼거리는 정말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물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아마 외도의 기후에서 자랄 수 있는 토종식물로만 채웠다면 이렇게 화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딘지 모르게 정을 많이 줄 수 없는 여행지로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한번쯤은 가도 후회없는 여행지라고 생각된다. 이곳을 찾는 여행객들은 입장할 때 매표를 해야 하는데 정말 끊임없이 관광객을 태운 배가 들어오고 나간다. 대충 계산해봐도 굉장한 수입이다. 배 삯은 별도이니 외도여행은 제법 돈이 필요한 여행이다. 외도를 나와서 이번에는 근처의 신선대를 돌아봤다. 시원한 신선대....

 

 거제 외도


  이제 또 배가 고픈 시간이 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멍게비빔밥을 먹기로 하고 거제 시내의 유명한 ‘맥반석 멍게비빔밥’ 집으로 향했다. 네비에는 나오지 않아서 114에 문의해 전화번호로 검색하고 출발했다. 예전에 거제 삼성중공업에 출장왔을 때 간 곳이 아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더 확장하여 이전한 것이라 한다. 예전 위치에서도 같은 간판을 걸고 영업중이라는 것 같은데... 이곳에서 K는 어린이용 알밥을 주문했다. 참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부러들 와서 먹는 메뉴를 쉽게 포기하다니... 나중에 L에게 듣기로는 K가 이번 여행에 대한 일기를 썼는데 ‘알밥이 맛있었다’가 내용 전부라고 한다. 미스테리다. 그 많은 것중에 알밥이 기억에 남다니.... -.-    예전에 먹던 그 맛은 아니었는데 특이한 맛인 것만은 확실하다. 옆 테이블에서는 불만이 많은 듯 했는데 사람의 식성이 어찌 다 같을소냐... 다행이 L의 입맛에도 맞나보다. 근데 예전보단 확실히 못한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바로 옆에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이라는 곳이 있어 소화도 시킬겸 들러보기로 했다. 한마디로 꽝이다. 입장료는 비싸고 볼 건 없다.
  어디가서 조금 쉬다가 올라가자는 L의 의견에 따라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타야하기 때문에 일단 통영에 가서 가까운 해수욕장에서 쉬다 올라가기로 하고 통영으로 출발

 

4. 통영

  아무리 검색을 해도 마땅한 해수욕장이 네비에 뜨질 않는다. 괜찮을 것 같은 해수욕장은 통영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에 있다. 결국 통영공설해수욕장을 가기로 하고 네비에 입력. L이 운전하느라 애쓴다. 덕분에 난 아주 편하게 여행했다. 통영공설해수욕장은 깨끗한 해수욕장이라고 할 순 없고 규모도 작아서 통영 사람들이 잠깐 와서 쉬는 휴식공간 같았다. 이곳은 해수욕장 보다는 바로 옆에 ‘통영등대낚시공원’이 더 매력적인 곳이다. 이곳에는 해안을 따라 자전거도로가 제법 길게 형성되어 있다. 입구에서는 자전거를 대여해주기도 하는데 비용은 그리 비싸진 않다. 조금 들어가면 낚시를 할 수 있도록 바다쪽으로 다리가 놓여있는데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 제법 괜찮은 시설로 생각된다. 자전거를 직접 가져오면 무료다. 우리도 자전거를 대여해서 타보았는데 이번 여행에서 K가 제일 신나했던 곳 같다. 자전거를 타고 난 후 해수욕장에 돗자리를 펴고 잠시 쉬고 있는데 어떤 여자애 하나가 비키니를 입고 친구와 함께 바다쪽으로 접근하는데      아~ 보는이가 멋쩍다. 이 곳에서 하필 이 시점에...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중에 월드컵 축구(한국 2 - 0 그리스)를 휴게소에서 중간중간 보면서 갔다. 휴게소에서 옆사람에게 몇 대몇이냐고 했더니 손가락 두 개를 펴든다. 나중에 보니 청각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었다. 집으로 향하는 운전은 너무 멀고 길다.